8월이 되면 슬슬 다음 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자체에서 내년도 예산 요구 관련 공문이 내려오고, 법인에서는 사업계획서 양식을 돌린다. 담당자 입장에서 이 시기의 작업은 묘하게 허탈하다. 몇 주를 들여 만든 예산안이 돌아올 때는 몇 줄이 사라져 있고, 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삭감되는 줄에는 공통점이 있다.
깎이는 줄은 대개 '작년에도 있었으니까'인 줄이다
예산안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작년 파일을 열어 숫자만 조금 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시설이 그렇게 한다. 문제는 심사하는 쪽도 그 사실을 안다는 데 있다. 전년 대비 5% 증액된 줄이 여러 개 있고 산출근거가 "전년도 집행액 기준"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 줄들은 조정 대상 1순위가 된다. 깎아도 시설이 항의할 근거를 못 대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 안 깎이는 줄은 계산식이 보이는 줄이다. "프로그램 재료비 3,000,000원"보다 "회기당 12,000원 × 15명 × 월 2회 × 10개월 = 3,600,000원"이 훨씬 세다. 후자를 깎으려면 심사자가 회기 수를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자고 말해야 하는데, 그건 사업 자체를 손대는 일이라 부담이 크다. 산출근거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삭감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다.
사업계획서와 예산안이 따로 노는 순간
두 문서를 다른 사람이 작성하거나, 같은 사람이 시차를 두고 작성하면 반드시 어긋난다. 사업계획서에는 "연 4회 나들이"라고 적혀 있는데 예산서에는 차량 임차료가 3회분만 잡혀 있는 식이다. 심사자가 이 불일치를 발견하면 그때부터는 다른 줄까지 의심받는다. 한 군데가 안 맞으면 나머지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심사자의 생리다.
그래서 순서를 뒤집는 편이 낫다. 예산 항목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사업 설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서의 문장을 한 줄씩 읽으면서 그 문장을 실행하는 데 드는 돈을 예산서에 옮겨 적는다. 계획서에 없는 지출이 예산서에 있으면 근거가 없는 것이고, 계획서에 있는데 예산서에 없으면 그 사업은 내년에 못 한다. 이 대조 작업을 제출 직전에 30분만 해도 반려 사유의 상당수가 사라진다.
인건비는 자동으로 오르지 않는다
인건비는 보조금 예산에서 가장 큰 덩어리이면서 가장 손대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오히려 실수가 잦다. 흔한 것 세 가지다. 첫째, 내년에 호봉이 오르는 직원의 승급분을 빠뜨리는 경우. 둘째, 연도 중간에 채용할 계획인 자리를 12개월치로 잡아 두는 경우. 셋째, 퇴직급여충당금과 사회보험 기관부담금을 인상된 임금 기준이 아니라 올해 금액 그대로 옮겨 놓는 경우다.
세 번째가 특히 성가시다. 급여는 인상해 놓고 그에 딸린 항목만 그대로면, 연말에 가서 몇십만 원 단위로 모자란다. 금액이 작아서 추경 사유로 삼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른 과목에서 끌어오려면 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급여 총액을 고칠 때 그에 연동되는 줄을 같이 고치는 습관을 들이면 이 일이 없다.
증액을 요구할 때 통하는 논리와 안 통하는 논리
"물가가 올라서"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모든 시설이 같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통하는 것은 숫자가 바뀐 사실이다. 이용 정원이 늘었다, 대상자 수가 몇 명에서 몇 명으로 늘었다, 계약 단가가 재계약 과정에서 얼마에서 얼마로 올랐다, 법령이 바뀌어 새로 해야 하는 교육이나 점검이 생겼다. 이런 것은 근거 문서가 붙는다.
예를 들어 급식 재료비 증액을 요구한다면, "식자재 물가 상승"이라고 쓰는 대신 올해 상반기 실제 집행액을 끼니 수로 나눈 단가와 작년 같은 기간의 단가를 나란히 적는다. 끼니당 400원이 올랐고 연간 끼니 수가 얼마이니 얼마가 더 필요하다는 형태가 되면, 심사자는 그 계산을 검토할 수는 있어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시설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현장의 실제 숫자이고, 그 숫자는 회계 프로그램 안에 이미 다 들어 있다.
제출 전에 밟아야 할 절차를 역산해 둔다
예산은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 통과시켜야 하는 문서다. 시설 예산은 운영위원회 보고를 거치고, 법인 소속이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 이사회는 소집 통지 기간이 있고 위원들 일정도 맞춰야 한다. 여기서 일주일이 그냥 흘러간다.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기한을 기준으로 거꾸로 세면, 실제로 예산안이 완성돼 있어야 하는 날짜는 생각보다 훨씬 앞이다.
기한과 첨부서류, 제출 방식은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과 관할 지자체 공문에 정해져 있으므로 올해 공문을 열어 날짜부터 달력에 옮겨 적는 것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8월에 하는 이 작업이 12월의 야근을 줄인다.
참고: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및 관할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관련 공문. 본문 내용은 2026년 8월 기준이며, 예산안 제출 기한·첨부서류·심사 방식은 지방자치단체와 사업 종류에 따라 다르므로 해당 연도 공문과 규칙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실무 참고용입니다.
'사회복지 정책·실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입세출결산서 첨부서류, 우리 시설은 몇 장을 내야 하나 (0) | 2026.08.04 |
|---|---|
| 4대보험 취득신고 기한, 건강보험만 14일인 이유 (0) | 2026.08.04 |
| 3일 쉬면 회사가, 4일 쉬면 공단이 준다 — 산재 휴업급여 계산이 갈리는 지점 (0) | 2026.08.02 |
| 직원 15명인 시설도 채용절차법을 지켜야 할까 — 30인 미만 사회복지시설이 채용에서 실제로 걸리는 것들 (0) | 2026.08.02 |
| 아동수당 9세 미만 확대, 2017년생은 결국 몇 달치를 더 받나 (0) | 2026.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