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아파트 앞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나오다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이 부러졌다고 하자.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던 길인 것은 맞는데, 중간에 마트에 들렀다. 이 사고는 산재인가 아닌가. 출퇴근재해 산재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은 "출근길이었는가"가 아니라 "경로를 벗어난 그 행위가 조문에 적힌 일곱 가지 안에 들어가는가"다. 그리고 이 조문은 한 번 벗어나면 되돌아온 뒤의 사고까지 막아버리는 구조라서, 생각보다 촘촘하다.
자기 차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도 산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는 출퇴근재해를 두 갈래로 나눈다. 가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이고, 나목은 "그 밖의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다.
예전에는 가목만 산재였다. 통근버스를 타다 사고가 나면 산재고, 자기 차나 지하철로 출근하다 사고가 나면 산재가 아니었다. 이 차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16년 9월 29일 2014헌바254 결정으로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고, 개정법이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나목이 들어왔다. 지금은 자가용, 지하철, 버스, 도보, 자전거 어느 쪽이든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이면 나목으로 다뤄진다.
가목에 해당하려면 시행령 제35조 제1항의 두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했거나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일 것, 그리고 그 교통수단의 관리 또는 이용권이 근로자 측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지 않을 것. 회사가 차를 사 줬어도 열쇠와 관리권이 온전히 근로자에게 있으면 두 번째 요건이 깨져 가목이 아니라 나목으로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인정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뒤에서 볼 일탈·중단 규정이 나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 구분이 실익을 갖는다.
잠깐 들렀다 돌아오면 괜찮다는 말은 틀렸다
제37조 제3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나목에 따른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일탈 또는 중단 중의 사고 및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에 대하여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일탈 또는 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재해로 본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것이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라는 여덟 글자다. 흔히 "잠깐 딴 데 들렀다가 원래 길로 돌아오면 다시 출퇴근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문은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일탈을 한 순간, 그날 남은 귀갓길 전체가 보호 밖으로 나간다. 회식 자리에 갔다가 나와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난 사고를 놓고 다툼이 잦은 이유가 이것이다.
반대로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일탈 중에 난 사고도, 돌아온 뒤의 사고도 모두 출퇴근재해다. 그래서 실무의 승부처는 "얼마나 오래 벗어났나"가 아니라 "그 행위가 일곱 가지 중 하나인가"에 있다. 또 하나, 이 제3항은 나목에만 걸린다. 회사 통근버스가 정해진 노선을 벗어난 경우는 애초에 근로자의 일탈이 아니므로 이 조항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조문이 허용한 일곱 가지와 그 경계
시행령 제35조 제2항이 정한 예외는 이렇다. 제1호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 제2호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또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2조에 따른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직업능력 개발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 등을 받는 행위, 제3호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의 행사, 제4호 근로자가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 또는 장애인을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에 데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 제5호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를 받는 행위, 제6호 근로자의 돌봄이 필요한 가족 중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 제7호 앞의 여섯 가지에 준하는 행위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라고 인정하는 행위다.
첫머리의 마트 사례는 제1호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저녁거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마트라도 대형 가전을 보러 두 시간을 둘러본 경우라면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조문이 "일용품"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이라고 적혀 있어 품목의 성격을 따지게 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만하다.
교육 쪽 경계는 더 뚜렷하다. 제2호는 고등교육법상 학교와 직업교육훈련기관을 지목한다. 퇴근 후 야간 대학원 수업을 듣고 귀가하다 난 사고는 여기 들어갈 여지가 있지만, 취미로 다니는 문화센터나 헬스장은 조문 어디에도 없다. 병원도 마찬가지여서, 제5호는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받는 행위다. 치료 목적 없는 미용 시술은 이 문언에 맞추기 어렵다.
보험료는 근로자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출퇴근재해가 산재로 들어오면서 그만큼 보험료가 생겼다. 이 요율은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전 사업장에 동일하게 붙는데, 2026년도 요율은 1,000분의 0.6, 즉 0.06%다(고용노동부고시 제2025-91호, 2026년 1월 1일 시행).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므로 근로자 급여에서 빠지는 몫은 없다.
금액으로 환산해 보자. 월 보수 300만원인 근로자 한 명의 연간 보수총액은 3,600만원이다. 여기에 0.06%를 곱하면 연 21,600원, 월로 나누면 1,800원이다. 직원 20명 규모의 사업장이라면 연 432,000원이다. 사고 한 건의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생각하면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2026년 평균 산재보험료율은 1.47%이고, 출퇴근재해 요율과 임금채권부담금은 여기에 별도로 얹힌다.
자동차보험으로 끝낼까, 산재로 갈까
출퇴근 중 교통사고는 자동차보험과 산재가 동시에 걸린다. 상대 보험사가 먼저 접촉해 오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처리하고 마는 일이 흔한데, 둘의 성격이 꽤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과실상계다. 자동차보험은 피해자의 과실 비율만큼 배상액을 깎지만, 산재보험은 무과실주의라 근로자 과실을 따져 급여를 줄이지 않는다. 숫자로 보자. 평균임금이 하루 10만원인 근로자가 60일간 일하지 못했다고 하자. 산재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70%이므로 100,000 × 0.7 × 60 = 420만원이고, 이 금액은 근로자 과실이 0%든 70%든 그대로다. 반면 자동차보험에서 같은 기간의 휴업손해를 600만원으로 산정했더라도 근로자 과실이 70%라면 실제 수령액은 180만원으로 떨어진다. 과실이 큰 사고일수록 산재가 유리해지는 이유다.
반대 방향도 있다. 위자료는 자동차보험에 있고 산재보험에는 없다. 또 장해가 남았을 때 산재는 등급에 따라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자동차보험은 일시금이다. 나이가 젊고 과실이 거의 없는 사고라면 자동차보험 쪽 총액이 더 클 수 있다. 두 제도는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보전하지 않도록 조정되므로, 어느 한쪽을 먼저 받으면 다른 쪽에서 그만큼 정산된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과실 비율과 장해 예상 여부를 놓고 근로복지공단과 보험사 양쪽에 확인한 뒤 정하는 것이 순서다.
언제까지 신청할 수 있나
소멸시효는 급여 종류에 따라 갈린다. 법 제112조에 따라 요양급여·휴업급여·간병급여 등은 3년, 장해급여·유족급여·장례비·진폐보상연금 등은 5년이다. 5년으로 늘어난 것은 2018년 12월 13일 시행 개정분이다.
기산점이 재해일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요양급여는 비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날의 다음 날, 휴업급여는 휴업한 날의 다음 날, 장해급여는 치유된 날의 다음 날부터 센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10일에 다쳐 그날부터 휴업했다면 그날치 휴업급여의 시효는 2026년 3월 11일에 끝난다. 그런데 치료가 길어져 2024년 6월에 치유되고 장해가 남았다면, 장해급여는 2029년 6월까지 시간이 있다. 같은 사고인데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3년 넘게 벌어진다. 휴업급여를 놓쳤다고 장해급여까지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공단에 청구하면 시효는 중단된다.
절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사업주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사업주 날인이나 확인은 신청 요건이 아니다. 회사가 협조하지 않아도 근로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 시행규칙은 공단이 신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지급 여부를 결정해 알리도록 정하고 있지만, 판정위원회 심의기간, 조사기간, 서류보완 기간, 보험가입자 의견제출 기간 등은 이 7일에 산입하지 않는다. 출퇴근재해는 경로와 일탈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이 붙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더 걸린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그래서 사고 직후에 남겨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로를 증명할 자료다. 내비게이션 기록, 교통카드 이용내역, 차량 블랙박스, 휴대전화 위치기록이 여기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벗어난 이유를 뒷받침할 자료다. 마트 영수증, 병원 진료확인서, 어린이집 등원 기록 같은 것이 결국 제1호·제4호·제5호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정하는 재료가 된다. 경로 이탈 여부가 애매한 사고라면 신청 전에 근로복지공단 관할 지사에 사실관계를 먼저 문의해 판단 방향을 확인해 두는 편이 시간을 아낀다.
근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가목·나목, 같은 조 제3항, 제112조, 제113조 /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제2항 / 같은 법 시행규칙 제21조 / 헌법재판소 2016. 9. 29. 2014헌바254 결정 / 고용노동부고시 제2025-91호「2026년도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2026. 1. 1. 시행). 본문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다. 보험료 21,600원과 432,000원, 휴업급여 420만원, 과실 70% 적용 시 180만원, 시효 만료일 계산은 본문에 제시한 가정치를 넣어 필자가 직접 계산한 값이다.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접속이 제한되어 노무법인이 게재한 법령 전문과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시행규칙 전재본으로 대조했으므로 원문 확인을 권한다. 시행령 제35조의2(적용 제외 직종)와 시행규칙 제21조의 최신 개정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개별 사고의 인정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사실조사와 판단에 따르므로 관할 지사 확인이 필요하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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