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사무국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우리 시설장님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나 맡으셨는데, 신고를 해야 하나요?" 조례에도 없고 시설 운영규정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도점검에서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합니다. 사회복지시설 시설장 겸직은 금지와 허용 사이가 아니라, '상근 의무를 깨는지'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갈립니다. 그 기준선을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허가받을 수 있는 겸직과 그럴 수 없는 겸직이 꽤 선명하게 나뉩니다.
기준은 겸직 금지가 아니라 상근 의무다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를 근거로 시설장의 상근 의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휴일 기타 근무를 요하지 않은 날을 제외하고 일정한 근무계획 하에 매일 소정의 근무시간 중 상시 그 직무에 종사하여야 하는 것." 문장을 뜯어보면 조건이 세 개입니다. 매일이고, 소정근무시간 중이고, 상시입니다. 지침은 참고 사례로 공무원의 근무시간(평일 09시~18시)을 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법에 '겸직을 금지한다'는 조문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금지되는 것은 영리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고, 비영리 업무는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 가능합니다. 즉 겸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겸직이 상근을 깨는지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겸직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답이 나오지 않고, "이 겸직이 주 몇 시간을 소정근무시간에서 빼가나요"로 바꿔야 답이 나옵니다.
그럼 겸직 허가는 누가 어떻게 내주는가
지침이 그리는 절차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겸직하려는 업무가 영리에 해당하는지, 직무 수행에 지장이 있는지를 시설 설치·운영자가 1차로 판단합니다. 그다음 그 판단 결과를 지자체에 보고합니다. 시설장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는 구조가 아니고, 지자체가 먼저 허가를 내주는 구조도 아닙니다. 법인 시설이라면 법인이 판단해 시·군·구에 보고하는 흐름이 됩니다.
지침이 예시로 들어 놓은 허용 사례는 명예직, 겸임교수, 시간강사처럼 영리성이 낮은 직무입니다. 종사자 협회의 비상근 임원도 겸직 가능으로 적혀 있습니다. 반대로 개인 사업자등록을 내고 하는 일, 다른 법인의 상근 임원, 보수를 정기적으로 받는 고정 직위는 영리성 판단에서 걸릴 여지가 큽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지는 단계가 '보고'입니다. 법인 이사회에서 구두로 양해를 얻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침 문언은 판단 후 지자체 보고까지를 한 묶음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때 법인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그 보고 공문이므로, 겸직 개요·보수 유무·요일과 시간·상근에 지장이 없다고 본 이유를 한 장으로 정리해 보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겸임교수 한 과목은 주 몇 시간을 가져가는가
추상적으로 "지장이 없다"고 쓰기보다 시간을 세어 보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주 40시간을 소정근무시간으로 보고 계산해 봅니다.
3학점 한 과목을 주 1회 3시간 연강으로 맡고, 편도 1시간 거리의 학교라면 왕복 이동 2시간이 붙습니다. 강의 준비를 근무시간에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주당 5시간이 빠집니다. 40시간의 12.5%이고, 월로 환산하면 5시간 × 4.345주 = 약 21.7시간, 연간으로는 약 260시간입니다. 근무일 8시간으로 나누면 연간 32.5일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임계값이 드러납니다. 이 시간을 연차로 덮으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근속 3년 미만이면 연차는 15일, 20년 넘게 근속해도 최대 25일입니다. 32.5일은 어떤 경우에도 연차로 커버되지 않습니다. 두 과목이면 주 10시간, 연간 65일이 되어 아예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학기당 특강 4회(회당 3시간, 이동 2시간)라면 연간 40시간, 근무일 5일 분량이므로 연차나 공가 처리로 정리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실무적인 결론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정규 학기 과목을 근무시간 중에 맡는 것은 상근 의무와 정면으로 부딪히고, 야간·주말 강의이거나 연간 총량이 연차 범위에서 흡수되는 규모여야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 서류로 버틸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을 보고 공문에 그대로 적어 두면 지도점검에서 설명이 훨씬 짧아집니다.
상근을 깼다고 판단되면 무엇이 따라오는가
지침은 상근 의무 위반 시 사회복지사업법 제40조의 행정처분 대상이 되고, 시설장 교체까지 가능하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겸직 문제가 단순한 복무 지적에서 재정 문제로 넘어갑니다. 시설장 인건비가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시설이라면, 상근하지 않은 기간의 인건비 보조금은 반환 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규모를 계산해 두면 위험이 체감됩니다. 시설장 인건비 보조금이 월 400만원인 시설에서 한 학기(4개월) 동안 상근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1,600만원, 두 학기면 3,200만원입니다. 전액 반환이 아니라 겸직에 쓴 시간 비율로 산정된다고 가정해도, 위 계산의 12.5%를 적용하면 1년치 4,800만원 중 600만원입니다. 반환 범위와 산정 방식은 지자체 판단 영역이므로 반드시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에 확인해야 하지만, 어느 방식으로 계산해도 겸직으로 받은 강사료보다 훨씬 큰 금액이 나온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식 안내문이 답을 주지 않는 세 가지 상황
첫째, 무보수 겸직. 보수를 한 푼도 받지 않으면 영리 업무가 아니니 자유롭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지침의 조건은 영리성과 '직무 수행에 지장 없음' 두 개입니다. 무보수라도 근무시간 중에 매주 반나절을 비우면 두 번째 조건에서 걸립니다. 무보수는 판단을 쉽게 만들어 주지 않고, 절반만 해결해 줍니다.
둘째, 한 법인이 시설 두 곳을 운영하면서 시설장을 겸하게 하는 경우. 이건 성격이 다릅니다. 개인의 부수 활동이 아니라 두 시설 모두에서 상근 의무가 발생하는 문제이고, 시설별 배치 기준은 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같은 개별 법령 시행규칙의 직원 배치 기준이 우선 적용됩니다. 관리안내도 개별 법령의 시설별 상세 기준이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겸직 보고가 아니라 시설별 배치 기준 충족 여부부터 확인해야 하고, 두 시설의 인건비 보조금이 각각 나온다면 이중 지급 문제까지 검토 대상이 됩니다.
셋째, 겸직을 시작한 뒤 근무 조건이 바뀐 경우. 처음엔 야간 강의로 허가 취지의 보고를 했는데 다음 학기에 학교 사정으로 오후 2시 강의로 옮겨졌다면, 보고 내용과 실제가 어긋납니다. 이런 변경을 다시 보고하는 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상근 판단의 핵심 변수가 바로 요일과 시간이므로, 변경 시점에 한 줄 보완 공문을 보내는 것이 원래 보고의 효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적을 부르는 지점과 다음에 할 일
지도점검에서 겸직이 문제가 되는 방식은 대개 겸직 자체를 적발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근태 기록과 외부 활동 흔적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출근부에는 정상 근무로 되어 있는데 같은 시각에 다른 기관 행사 사진이 남아 있거나, 회의록 서명이 있는 날짜에 강의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그래서 겸직을 정리할 때는 보고 공문과 함께 근태 처리 방식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근무시간 외라면 그 사실이 근무기록에 드러나야 하고, 근무시간 중이라면 연차나 공가로 처리된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겸직 보수의 세금 처리를 겸직 허가와 같은 문제로 묶는 것입니다. 두 곳에서 소득이 생기면 세금은 별도 절차로 정리됩니다. 강사료를 기타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원천징수받았다면 다음 해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근로소득과 합산되고, 두 곳 모두 근로소득이라면 주된 근무지에서 합산해 연말정산하거나 이듬해 5월에 확정신고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 절차를 밟았다고 겸직 보고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겸직 보고를 했다고 세금이 알아서 정리되지도 않습니다. 구체적인 신고 방법은 관할 세무서나 홈택스 상담으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겸직 업무의 영리성 판단, 주·연간 시간 계산, 근무시간 내외 배치 확정, 근태 처리 방식 결정, 법인 판단 후 시·군·구 보고, 조건 변경 시 보완 보고. 이 중 하나만 빠져도 나중에 설명이 길어집니다. 영리성 판단이 애매한 직위라면 보고 전에 관할 시·군·구 사회복지 담당 부서에 사전 문의해 판단 취지를 남겨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참고: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Ⅱ. 사회복지시설 공통적용사항 중 시설장 및 종사자의 자격 등, 상근 의무·겸직 관련 항목),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시설의 장)·제40조(시설의 개선, 사업의 정지, 시설의 폐쇄 등). 본문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 본문의 주 5시간·연간 260시간, 월 400만원 인건비 보조금, 12.5% 비율 산정은 계산 예시를 위해 필자가 설정한 가정치이며 실제 시설의 소정근무시간·보조금액·반환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겸직의 영리성 판단, 보고 방법, 인건비 보조금 반환 범위는 시설 유형별 개별 법령과 지자체 지침이 우선하므로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실무 정보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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