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시사 상식12 앵커링 효과, 먼저 나온 숫자가 판단을 끌고 간다 숫자를 판단하기 전에 아무 상관 없는 숫자를 하나 보여 준다.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답이 그 숫자 쪽으로 끌려간다. 심리학에서 앵커링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배가 닻을 내리면 그 주변을 맴돌 듯, 처음 들어온 숫자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이 그 근처에서 움직인다. 문제는 이게 물건값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예산서와 견적서와 협상 테이블에서 매일 작동한다는 점이다.기준점을 조금씩 조정하다 멈춘다앵커링이 잘 작동하는 이유는 우리가 숫자를 백지에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값을 추정할 때 사람은 일단 손에 잡히는 숫자에서 출발해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며 답을 찾는다. 그런데 이 조정이 대개 부족한 상태에서 멈춘다. 출발점이 어디였느냐에 따라 도착점이 달라지는 이유다.앵커링이 까다로운 것은, 앵커가 있.. 2026. 8. 5. 평균과 중앙값 차이, 순자산 4.7억이 남 얘기인 이유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 7,144만원이다. 이 문장이 뉴스로 나가면 댓글창은 대체로 한 방향으로 흐른다. "저게 평균이라고?" 그런데 같은 조사에는 이런 숫자도 함께 실려 있다. 순자산 3억원 미만인 가구가 57.0%다. 절반이 넘는 가구가 평균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두 숫자가 동시에 참일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그 사실이 내 판단을 어디에서 바꿔야 하는지가 평균과 중앙값 차이의 실제 쓸모다.평균 4억 7,144만원과 57%가 함께 참인 이유평균은 모든 값을 더해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중앙값은 모든 가구를 순자산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한가운데 서 있는 가구의 값이다. 분포가 좌우 대칭이면 둘은 거의 같다. 한쪽으로 길게 늘어지면.. 2026. 8. 4. 계획 오류, 서류 준비는 왜 늘 마감 직전에 몰리나 서류 하나 떼서 내면 되는 일이었다. 달력에는 "수요일 오전"이라고만 적어 두었다. 실제로는 먼저 뗀 서류의 발급일이 오래돼 다시 발급받았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날이 하루 끼었고, 양식이 바뀌었다는 말에 처음부터 다시 썼다. 수요일 오전이 다음 주 화요일이 되었다. 이 일이 특별히 운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데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계획 오류다.계획 오류가 정확히 무엇인가계획 오류는 자기가 할 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실제보다 적게 잡는 경향을 가리킨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에 이름을 붙인 개념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원인이 '낙관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그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단 하나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돌린다. .. 2026. 8. 3. 이미 낸 돈이 판단을 망칠 때: 매몰비용 오류 여섯 달치를 결제한 헬스장에 두 달째 안 가고 있다. 그만두자니 낸 돈이 아깝고, 다니자니 갈 때마다 억지스럽다. 결국 "이미 냈으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몇 번 더 가고, 또 안 간다. 이 상황에서 진짜 이상한 부분은 따로 있다. 이미 낸 돈은 내가 가든 안 가든 돌아오지 않는데, 그 돈이 앞으로의 선택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미 쓴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매몰비용은 이미 지출했고 어떤 선택을 하든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앞으로 들어갈 비용과 앞으로 얻을 이익만 비교해야 한다. 이미 나간 돈은 양쪽 선택지에 똑같이 얹혀 있으므로 비교에서 상쇄된다. 그런데 사람은 그 돈을 계속 셈에 넣는다. 이것을 매몰비용 오류라고 부른다.이 오류가 잘 알려진 사례는 초음속 여객기 .. 2026. 8. 2. 이전 1 2 3 다음